넌 내가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 편한느낌이 드는게 사랑이라는걸 깨닫게 해준 사람이야. 솔직히 말해서 넌 유머러스하고 쿨한 사람은 아니지만 너의 순진하고 진지한 태도가 나를 항상 웃게 만들어.
가끔 너의 과거를 돌아보면 지금의 너와 너무 매치가 안되지만 그 과거들마저도 지금의 너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큰일처럼 느껴지지 않는것 같다. 세상에나 내가 이렇게 사랑에 눈 먼 사람이 되다니.
너에게서 바꾸고 싶은 점이 없다는건 사실 거짓말이야. 네가 조금 더 자신감 있었으면 좋겠고, 가끔은 네가 좀 더 전통적인 남성상처럼 나를 주도적으로 이끌었으면 좋겠기도하고, 네가 나보다 많이 먹었으면 좋겠기도 하고...
하지만 네가 고쳤으면 하는 점들이 같이 지낸 시간이 오래돼서 투정처럼 생긴 바람들 같기도 해. 그리고 생각해보면 사실 나는 네가 전통적인 남성상이 아닌, 내가 익숙한 '여성적' 발화를 하는, '여성적' 관계를 맺는 사람이기 때문에 끌렸고 좋았던거라, 내가 너에게서 바꾸고 싶은 점들은 사실 내 스스로의 바람이 아닌 아닌 외부의 영향에서 받은 잘못된 바람 같아.
희한하게도 너랑 나는 같이 있으면 큰 사건들이 타의적으로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아. 네가 장난식으로 네가 나를 계속 "entertained"해줘야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나는거라고 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 말라고 웃었지만 사실 나도 이 웃긴 사건들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너랑 내 성격상 우리 둘의 관계는 굉장히 잔잔하고 무사로운데, 함께 있으면 웃기고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난다는게 참 골 때린다.
영화 'Past lives'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네가 우리는 한 번 관계가 틀어지면 그 한 번을 바로 잡으려고 다시 만나는게 너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어서 두렵다고 했었잖아.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어. 헤어진 연인들이 우연으로라도 만나서, 혹은 갑자기 서로가 생각나서 다시 만났다가 관계를 이어 나가는 이야기들이 있잖아. 근데 우린 그 '한 번'의 기회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야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일이 불가능 할 거라는게 나도 무섭고 서러웠어.
그치만 나는 내 삶의 모토처럼, 내 감정에 솔직하고 언제나 내 감정을 따라 결정할거야. |